위로의 ‘화룡점정’ 조명의 힘 2017-11-03 16:57:02

나만의 휴식 공간 조명이 만들어

휘게 라이프 펜던트등이 완성

위로의 ‘화룡점정’ 조명의 힘

야외 카페나 테라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아웃도어 스트링 라이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이혜경(가명)씨의 거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조명은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인테리어 소품 중의 하나다. 건축과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라 불린다. 기온이 떨어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가족의 주거 공간인 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가 잘됐어도 조명에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지해 인테리어 기획 단계부터 조명 설계와 디자인까지 신경 쓴 집 네 곳을 찾았다.

나를 위한 기분 좋은 투자…힐링의 핵심

위로의 ‘화룡점정’ 조명의 힘

이혜경(가명·39·패션마케터)씨는 전셋집을 전전하다, 2014년 지은 지 33년 된 지금의 아파트(85.8㎡)의 주인이 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중요한 건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꾸미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옷, 신발, 액세서리, 명품 가방 등에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했다. 지금은 아니다. 관심의 대부분이 ‘조명’이다.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5년 전이다. “나를 꾸미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식을 취하고 싶어지면서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간의 느낌을 좌우하는 게 조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그가 이 집을 구입한 이유도 ‘내 공간’을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남에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중점을 둔 건 역시 ‘조명’이었다. 대출을 받는 등 무리해서 집을 산 탓에 인테리어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저렴한 비용으로 꾸밈의 효과를 극대화할 최적의 소품이 조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거실의 등을 꾸미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등과 유사한 조명을 달았다. 전선에 작은 전구가 여러 개 달린 ‘아웃도어 스트링 라이팅’으로 그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 조명은 카페나 테라스에 다는 야외용 전구다. 5년 전 업무차 미국 뉴욕에 갔을 때 한국 돈으로 3만원 남짓을 주고 구입했다. “캘리포니아의 별장 같은 느낌으로 거실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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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쪽에 놓인 아르테미데 톨로메오 스탠드는 엘피(LP)로 음악을 들을 때 무드등 역할을 한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의 집엔 아르테미데, 플로스 등 이탈리아의 대표적 브랜드 조명이 여럿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란다. 실제 그의 거실 한쪽엔 30만원대의 아르테미데의 톨로메오 스탠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조명 아래에서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사색을 즐긴다. 엘피(LP)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도 주로 켠다. 덕분에 독서량이 꽤 늘었고 클래식도 자주 듣는단다. 현재 그의 목표는 톨로메오 시리즈 중 가장 크기가 큰 ‘메가’ 스탠드를 사는 것.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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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위에 놓인 플로스 ‘람파디나’ 조명.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싱크대 위엔 플로스의 람파디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욕실이나 침실에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 아닐까 했는데, 주방과도 제법 잘 어울렸다. 작년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 때 구입했다고 한다. “내 집을 내 취향대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어떤 조명을 쓰느냐에 따라 빈티지 가구가 예뻐 보일 수 있고 공간도 살아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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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주는 유리 소재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준 이씨의 침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조명을 바꾸고 난 뒤부터 그의 생활도 180도 바뀌었다. 집에만 오면 아늑하고 편안해져 가급적 밖에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조명의 힘이 이거구나!’ 싶어 깜짝 놀라곤 한단다. 삶의 여유가 생겼고 정서적으로도 더욱 풍족해졌다. “과거 나를 꾸미기 위해 돈을 쓸 때 채워지지 않았던 2%를 완벽하게 채웠다. 사람에게 느끼지 못한 위안을 집과 조명을 통해 얻는다. 조명이야말로 기분 전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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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병(사진 오른쪽)·문승지씨와 그들의 집 거실 한가운데에 위치한 원탁 테이블 위 이케아 펜던트 조명.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조명을 직접 만들어보는 즐거움

정석병(33·인테리어 디자이너)씨는 4개월 전부터 가구 디자이너인 문승지(27)·문승호(26) 형제와 도자기 작가인 조아라(33)씨와 함께 산다. 재기발랄한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집을 나눠 쓰는 일종의 셰어하우스다. 집에 설치한 조명부터 가구, 그릇까지 모두 이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이들의 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거실 원탁 테이블 위에 걸린 이케아의 커다란 펜던트 조명이었다. 이 집 천장엔 밝은 형광등이 없다. “우리 집의 주 조명이다. 넷이 주로 회의, 식사, 담소 등을 이 테이블에서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휘게’를 실천하려고 이 조명을 선택했다.”(문승지)

 

‘휘게’라니? 4개월 전 덴마크에서 귀국한 문승지씨의 말을 빌리자면, 북유럽 스타일의 ‘휘게’라는 단어 속에는 원탁 테이블에 앉아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대개 덴마크인들은 저녁 7시부터 2~3시간 동안 펜던트등이 있는 테이블에서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논한다. 문승지씨는 “펜던트 조명은 빛의 조도를 낮춰주는데, 분위기 면에서 편안함을 주고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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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병씨가 동판으로 직접 디자인해 만든 조명 작품.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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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병씨가 샤워 볼로 직접 디자인해 만든 조명 작품.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이 집엔 정석병씨가 직접 디자인한 조명이 여러 개 있다. 소파 뒤에 있는 철제로 만든 스탠드 조명은 그의 작품 중 하나다. 샤워 볼로 전구를 감싼 것이 특색이다. 정씨는 “구름 같은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샤워 볼로 감쌌다”며 “디자인을 구상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책을 읽을 때 켜면 눈도 덜 피곤하고 능률이 훨씬 오른다”고 했다.

 

이처럼 조명은 전구를 감싸는 ‘갓’을 직접 만드는 것만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종이, 볏짚모자, 셀로판 종이 등 활용할 재료도 무궁무진하다. 정씨의 경우 동판에 구멍을 뚫어 직접 조명을 제작하기도 했다. 붉은빛이 아지랑이처럼 퍼져 황홀한 느낌을 준다. 정씨는 “우리 집의 포인트”라며 웃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란 조명 대신 대낮처럼 밝은 엘이디등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데 노란 조명은 확실히 특별한 느낌이 있다.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따뜻하다.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조명의 힘이다.”(정석병)

Lighting

조명 혹은 조명 시설.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 대부분 전기를 이용하며 백열등, 형광등 엘이디(LED) 등으로 나뉨. 최근에는 엘이디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음. 같은 광원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조명, 간접 조명 등 빛을 비추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밝기와 분위기가 달라져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근 부각되고 있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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