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울프컷 돌아오나 2017-11-03 17:33:09

추억의 맥가이버, 김병지 스타일

남주혁·송민호·지드래곤·백현(엑소)까지 뒷머리 길러

염색하고 옆머리 짧게, 보다 현대적 울프컷 스타일 연출하기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울프컷

유행은 돌고 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울프컷'을 선보인 엑소의 멤버 백현. 뒷머리를 길게 기르는 울프컷은 흔히 맥가이버 헤어, 김병지 헤어로 유명하다. [사진 엑소 공식 홈페이지]

울프컷이 돌아왔다. 맞다. 80년대 생이라면 단박에 떠오를 축구선수 김병지 헤어다. 정말이냐고? 믿기지 않겠지만, 뒷머리를 긴 꼬리처럼 늘린 그 헤어가 2017년 지금 남자들을 위한 최신 스타일로 떠올랐다.

 

울프컷은 말 그대로 늑대, 이리의 세운 머리털처럼 와일드한 매력을 뽐내는 헤어스타일이다. 층을 내서 모발을 커트하는 레이어드 컷의 일종으로 옆머리는 짧게 자르고 윗머리와 뒷머리를 길게 남겨둔 스타일을 말한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70년대 생이라면 맥가이버를, 80년대 생이라면 축구선수 김병지를 떠올리면 된다.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울프컷

전성기 시절은 물론 지금도 와일드한 '울프컷'을 고수하는 축구선수 김병지. 그에게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다. [사진 중앙포토]

10년 전 울프컷, 트렌드의 핵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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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가이버로 유명한 배우 리처드 딘 앤더슨의 20대 모습. 길게 기른 뒷 머리 스타일로도 이름나 있다. [사진 중앙포토]

추억 속 지나간 헤어 스타일인 줄 알았더니, 이 울프컷이 돌고 돌아 요즘 다시 화제다. 그것도 트렌드를 앞서간다는 이들 사이에서 말이다. 배우 남주혁부터, 가수 지드래곤, 송민호(위너) 등 아마도 ‘맥가이버’의 존재도 모를 신세대 스타들 사이에서 특히 그렇다.

 

가장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이 울프컷으로 화제가 되었다. 지난 7월 18일 열린 정규 4집 앨범 ‘THE WAR(더 워)’의 발매 기자회견 현장에서 뒷머리를 한껏 기르고 나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뒷목의 셔츠 깃에 머리카락이 닿을 정도로 길게 기른 스타일로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부분 염색을 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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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옆은 평범한 헤어 스타일이면서 뒷머리를 길게 길러 무게감을 준 남주혁. [사진 tvN 페이스북]

백현의 울프컷이 강렬하다면 청춘스타 남주혁의 울프컷은 부드럽다. 드라마 ‘하백의 신부(tvN)’에 출연 중인 그의 헤어스타일은 21세기형 울프컷으로 불릴 만큼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남주혁의 헤어를 담당하는 알루(ALUU)의 정미영 대표는 “비결은 앞머리를 길게 하고 자연스러운 컬을 넣은 것”이라며 “보통 울프컷이 남성적이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내지만 남주혁의 경우 남성적인 무게감은 있으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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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머리에 헤어 피스를 붙인 독특한 '울프컷'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은 지드래곤. [사진 지드래곤 공식 페이스북]

가수 지드래곤과 송민호도 빼 놓을 수 없는 울프컷 스타다. 지드래곤은 올해 6월 발매한 솔로 앨범 ‘권지용’에서 독특한 울프컷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지드래곤의 울프컷은 거의 밀어버린 옆머리에 대비될 정도로 길게 내려트린 뒷머리가 포인트다. 헤어피스를 붙여 어깨에 닿을 정도로 연출해 울프컷의 특징을 극대화시켰다는 평이다.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마치 뒷머리에 김 한 장을 세로로 붙인 것 같은 울프컷 스타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늘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주목받는 혁오밴드의 멤버 임현제는 앞머리를 짧게 하고 뒷머리를 길게 늘인 울프컷에 복고 패션을 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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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컷과 복고 패션 등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혁오 밴드의 멤버 임현제. [사진 임현제 인스타그램]

반응 엇갈려, 울프컷 정말 유행할까?

그런데 이런 울프컷에 대한 온라인상의 반응이 재미있다. 트렌드를 너무 앞서간 탓일까, 대중들은 아직은 ‘낯설다’는 평가가 많다. ‘이상하다’‘이 유행 반대’‘아무나 못 살릴 것’ 등 부정적인 표현도 있다. 다만 패셔너블하다는 대세 스타들이 너도나도 울프컷을 하고 나와서인지, ‘혹시 유행할까요?’‘설마 뒷머리 길러야하나요?’ 등 불안감 섞인 반응들 역시 뒤따른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하고 싶은 스타일이라도 모두들 마음 속 깊이 이미 ‘예감’은 하고 있을 것이다. 유행의 흐름이 늘 그랬듯이 일부 셀레브리티들의 스타일이 대중에게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던가. 더구나 요즘 대세라는 지드래곤·송민호·지코·딘 등 스타일로 주목받는 아이돌이나 힙합 뮤지션들이 공통적으로 선보인 스타일이라면? 뒷머리를 기른 남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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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컷이 정말 유행할까? 스타일리시한 울프컷을 선보인 위너 멤버 송민호. [사진 중앙포토]

유럽에서 온 울프컷, 복고 무드 타고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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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컷의 '좋은 예'로 거론되는 또 한명의 스타, 에디 레드메인. [사진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2007) 캡춰]

원래 울프컷은 미용실에 잘 가지 않는 유럽, 미국 등지의 청년들이 제 멋대로 헤어 손질을 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광고·매거진 등에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프리랜스 헤어 아티스트 조영재씨는 “혼자 헤어를 손질하다보면 잘 보이는 앞머리와 옆머리는 다듬고 뒤에는 다듬지 못해 그냥 길게 놔두게 되지 않느냐”며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울프컷은 영국이나 미국의 올드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흔히 보이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의 울프컷과 지금의 울프컷은 많이 다르다. 이희 헤어앤메이크업의 이희 원장은 “과거 울프컷이 앞과 옆도 그리 짧지 않으면서 뒷머리를 더 길게 기른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의 울프컷은 앞과 옆은 모던한 느낌이 들도록 짧게 하고 뒷머리를 적당하게 기른 스타일”이라는 것. 때문에 과거 울프컷을 보면 구레나룻까지 길게 길러 더벅머리 같이 답답한 느낌이 있지만, 지금의 울프컷은 구레나룻을 짧게, 옆머리도 짧게 쳐 한층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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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보면 울프컷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요즘 울프컷의 특징이다. [사진 tvN 페이스북]

조영재 헤어 아티스트는 “깔끔한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던 댄디컷, 투블럭 컷이 너무 지겨워진 것”이라고 울프컷의 유행 이유를 분석했다. 투블럭 컷은 앞머리와 윗머리는 남기고 옆과 뒷머리를 짧게 치는 헤어스타일로, 머리가 두 부분으로 나뉜다고 해서 투블럭이라고 불린다. 조영재씨는 또한 울프컷이 “가운데 가름마, 쉼표 머리 등 작년부터 이어진 남자들의 긴 머리 트렌드의 한 유형”이라고 봤다. “스타일을 정의하려고 보니 과거의 울프컷을 연상시키지만, 염색이나 스타일링 등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시도하다가 ‘다시 머리를 길러보자’는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유행”이라는 것. 앞과 옆 머리는 짧고 댄디한 투블럭 컷이면서 뒷머리만 기른 지금의 울프컷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희헤어앤메이크업의 이희 원장은 "요즘 패션계 전반에 부는 복고 바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울프컷의 유행을 진단했다. 실제 미용실 현장에서도 옆머리와 함께 뒤를 짧게 다듬는 투블럭 컷이 한참 동안 유행하다가 최근에는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문의를 해오는 남성 고객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울프컷, 트렌디하게 연출하려면?

'얼굴이 다 했다.' 배우 남주혁이나 엑소 백현 등의 울프컷 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헤어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뜻의 ‘헤완얼’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소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울프컷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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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따라, 또 모발의 흐름에 따라 색이 다양해보이는 옹브레 염색, 패치 워크 염색은 울프컷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사진 엑소 공식 홈페이지]

이희 원장은 울프컷을 모던하게 소화하고 싶다면 꼭 염색을 할 것을 당부했다. 검은색 머리에 울프컷을 하면 지나치게 무거워 보이기 쉽다. 더구나 울프컷은 헤어 컬러를 제대로 선보이기 좋은 스타일이다. 투블럭으로 짧게 자른 머리는 염색 컬러를 표현하는 모발 자체가 짧고 적기 때문에 컬러의 힘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머리를 길게 기르는 울프컷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옹브레 염색이나 스트라이프, 패치워크 염색을 하면 한층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 옹브레 헤어는 색이 점점 밝아지거나 어두워진다는 의미로 한 컬러가 아닌 다양한 컬러를 사용한 염색을 말한다. 스트라이프나 패치워크 역시 모발 전체를 한 가지 색이 아니라 군데군데 컬러를 다르게 입힌 것처럼 만드는 염색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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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등의 액세서리는 울프컷의 신비로움을 보다 잘 살려준다. [사진 중앙포토]

또한 서양인의 모발은 얇고 부스스한 느낌이 있어 뒷머리를 길게 늘려도 무겁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지만 동양인의 모발은 굵고 뻣뻣해 울프컷의 느낌을 내기 쉽지 않다. 조영재 헤어 아티스트는 “염색을 자주해 손상된 모발, 부스스한 모발이 멋스럽게 연출하기 좋은 스타일”이라고 조언했다.

 

모자나 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지드래곤이나 송민호·딘·지코 등의 뮤지션들의 울프컷 스타일링에 이런 액세서리들이 자주 활용된다. 길게 내려오는 뒷머리에 약간의 컬러 브릿지를 넣고, 모자를 써서 뒷 머리가 포인트처럼 보이게 하는 식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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